본문 바로가기
사회복지사의 고민

호텔 밥상 위의 미술교육

by lks1863 2025. 4. 3.

계절제 대학원과 상류층 감수성에 대한 질문

대학원은 계절제 석사과정으로 진학했다.
처음 수업 시간, 교수님이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미술 선생님은 상류층을 상대해야 하니까,
호텔에 가서 밥도 먹어보고,
해외도 한 번은 나가봐야 해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엔 물음표가 떴다.

‘왜 호텔 식사가 필요하지?’
‘미술 선생님이 꼭 그렇게 보여야 하나?’

그 말이 남아 있던 어느 날,
나는 제주도 여행에서 1박에 4만 원도 채 되지 않는 호텔을 예약해 묵게 되었다.
분명 ‘호텔’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모양은 나쁘지 않았고,
식사도 정갈하게 나왔지만…

특급호텔은 경주에서 뷔페 먹었는데 솔직히 말해, 맛은 별로였다.
그리고 내가 호텔 안에 있다는 그 사실이
그다지 특별하거나 고급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때 다시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다.
“호텔 경험이 필요하다.”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아마도 겉모습을 갖추는 경험, 격식 있는 환경에 익숙해지는 훈련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술 선생님은 아이들과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부모와도, 원장과도, 때로는 고위층과도 소통해야 하니까.

그런데 나는 아직도 가끔 의문이 든다.
정말 미술 선생님은 그렇게까지 잘 보여야 할까?

내가 아이들과 만들기 놀이를 하며 나누는 대화,
아이의 손에 쥐어주는 색연필 하나,
무심코 그린 캐릭터 하나가
그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미술이 될 수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