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이들과 나눈 여름 숲 이야기

by lks1863 2025. 4. 3.

보육 실습, 산 프로젝트, 그리고 대안학교에서의 해맴

아동미술과 3학년 시절, ‘산 프로젝트(Project Approach)’ 수업에서
나는 ‘여름철 숲’을 주제로 삼았다.
아이들이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자연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길 바랐다.

그래서 내가 만든 것이 바로 이 캐릭터들이다.

천사점토로 만든 숲의 나무 인형과 새 캐릭터.
내 손으로 직접 디자인하고 색칠하고,
아이들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이야기 요소도 더했다.
놀랍게도 이 인형들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프로젝트를 실습 현장(어린이집)에서 직접 활용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실습 지도 선생님이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주셨고,
덕분에 나는 8명의 5살 아이들과 좀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만든 캐릭터른 가지고말을 놀았다.
“나무하고 대화한다."
“페트병을 나무처럼 한쪽눈을 감고 관찰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진심으로 느꼈다.
‘내가 만든 인형이 아이들의 상상 안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우주를 다녀왔다고 말하는 5살 아이들의 상상력ㅎ


실제 여름 숲길을 촬영하고,
그 길에 어울리는 꽃과 과일을 조사하며
아이들과 나눌 자료도 직접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와 실습은
내가 아이들과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처음의 확신을 준 경험이었다.

하지만 학교 수업으로 돌아오자 현실적인 고민이 밀려왔다.
보육이 70%, 미술은 30%.
내가 상상했던 아동미술과는 아니었다.
과제는 많았고, 성적은 늘 B+.
나는 또다시 속으로 되뇌었다.
“역시 난 B급 교사인가 보다. 난 뭔가 늘 부족해.”

그렇게 졸업 후,
내가 첫 발을 디딘 곳은 장애 아동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였다.
솔직히 처음엔
“장애 아동이라면 나처럼 잘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나는 매일 해맸다.
내가 준비한 말과 방법이 통하지 않았고,
아이들과 가까워지지 않았다.
하루하루 자신감은 무너져갔다.

그 시간은
내 안의 모든 자만을 무너뜨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정직하고, 고된 출발점이었다.

6개월 뒤, 대학원 진학으로 인해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도
“내가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이 남아 있었다.

그 질문은
지금도 내가 아이들과 마주할 때
더 신중해지고, 더 진심이 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