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미술 앞에서 흔들리던 나
작가의 교습과 아동미술로 이어진 길
미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입시미술은 정말 달랐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교습을 받으며 처음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없었다.
내가 그리는 게 맞는 방향인지도 모르겠고,
다른 친구들보다 항상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내 그림을 본 작가님은 가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넌 그림을 전투적으로 그린다.”
그 말은 칭찬도, 비판도 아니었지만, 내 안엔 늘 버텨내야 하는 전쟁 같은 감정이 쌓여갔다.
결국 입시에는 실패했다.
재수할 용기는 없었고, 수능을 다시 치를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작가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아동미술과라는 길을 선택했다.
아이들과 미술을 한다는 게어쩌면 내가 원래 좋아했던 ‘만드는 즐거움’과 닿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과제는 끝도 없었고,
보육 관련 수업에서는 항상 B+.
나는 열심히 했지만 늘 조금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졌다.
보육 실습 때 아이들은 귀엽지만 생각보다 어렵다보니 그때부터 스스로를
“난 B급 교사인가 봐.”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그 말엔 나도 모르게 묻어 있는 성적표가 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서툴렀고,
아이들 앞에서 자신 있게 나서는 것도 잘 못했다.
사회성도 부족하다는 걸,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미완성의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불안정한 출발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아이들 곁에 조금 더 진심일 수 있었다.